서울의 밤: 구름에 응답하기 위한 단상들
5월 17일 오후 8시 30분경, 비를 뿌리던 구름들이 서울의 상공을 뒤덮고 있다. 먹구름으로 인해 태양의 영향력이 완전히 사라진 이 시각, 빛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쬐지 않고, 오히려 땅으로부터 솟아오른다.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달의 영향마저 제거된 이 밤에, 구름의 지우기로 인해 밤의 비밀이 폭로된다. 구름은 (미셸 세르적 의미에서) 천사로 나타나 낮과 밤의 경계를 재구성한다. 대도시에서 밤은 참으로 인간다운 활동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가족간의 대화, 음주와 가무, 윤락과 유희, 애무와 섹스는 저녁이 되어야 시작된다. 낮의 시간은 업무와 학업, 노동과 착취의 기계적인 시간인 반면, 저녁의 시간은 자유롭게 유동하는 시간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사람들은 실내를 벗어나 야외로 나와 한강변에서 맥주를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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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격차, 어설픈 기록
귀에는 The Necks – Hanging Gardens (1999) 광주송정역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KTX 열차 안, 터널 안. 터널 밖, 이후 또 터널. 천을 따라 피어있는 벚꽃, 둔덕의 가로막음과 사라짐. 또 터널, 밖, 터널 안. 반복. 풍경은 사라지는 중. 기억. 소멸과 관련된 몇 가지 생각들. 야구로 유명한 광주의 초등학교의 2024년 신입생 수: 7명. 소문으로 들음. 어떤 미래들 소멸. 아니 생성되지 않았기에 단절. 다시 터널. 풍경의 반복, 반복은 반복되어 기억은 단절, 시선은 차단. 기계적 결합의 물리적 단절. 지역과 도시의 소멸. 광주의 영토는 그대로. 인구는 잘 모르겠음. 하지만 미래는 소멸하나?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의 초과. 지역의 넓은 영토, 기억 격차, 소멸. 자연으로 환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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